별전쟁

다툼

훼파리 2018. 1. 17. 10:18

01142018



캡틴 렉스는 머리가 아파왔다.
오늘도 그의 상관은 기분이 나쁜듯 보였기 때문이다.
아니 어제보다 더 나빠보이는 것은 착각이 아닐 것이다.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기분이 매우 나쁘다.
덕분에 그의 부하들은 그가 노골적으로 내뿜는 불편한 공기에 덩달아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정말 운이 나쁘게도, 그들은 임무를 수행중이었기에 자리를 피한다라는 선택지는 없었다.

캡틴 렉스는 그의 상관이 모르게 콤링크로 커맨더 코디에게 문자를 넣었다.
[상태는?]
[변동없음.그 쪽은?]
1초도 되지 않아 답신을 받은 렉스는 코디 역시 자신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 상황을 겪고 있음을 인지했다.
[악화중] 이란 짧은 답신을 보내고, 콤링크를 조용히 품에 넣었다.

이 상황을 대체 어떻게 타계해야하는가.
캡틴 렉스, 그리고 그의 부대는 예상치못한 시련에 골머리를 앓고있었다.


아나킨 스카이워커와 오비완 케노비는 몇일 전, 드물게 크게 다퉜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 원인이 무엇인지 몰랐고,
근본적인 원인을 알 수 없기에 한없이 저기압인 자신들의 상관의 눈치만 볼뿐이었다.

캡틴 렉스가 유일하게 알수 있는건, 제너럴 케노비만이 자신의 상관의 기분을 풀수 있는 존재라는 것.
그러나 애석하게도, 제너럴 케노비의 불편한 심기를 풀 수 있는 존재 역시 자신의 상관뿐이었기에, 쌍방이 대화를 거부하는 현상황은 시궁창이었다.


-

몇일 전, 
아나킨은 우연히 오비완의 방에서 익숙하지 않는 옷가지를 발견하였다.
말끔하게 정돈된 그 옷은 잘빠진 정장으로, 지 옛스승과는 한없이 어울리지 않아보이는 물건이었다.
호기심이 동한 아나킨은 그 옷을 자세히 살펴보았고, 희미하게 남아있는 익숙한 체향과 함께 섞여있는 이질적인 향수냄세에 얼굴을 찌푸렸다.
그리고 이내 주머니에 꽂아져있던, 몇 장의 명함을 확인한 아나킨의 얼굴은 이내 일그러졌다.
마치 그 표정은, 애인의 외도 흔적을 찾아낸 자의 모습과 흡사했다.


그때 마침 방으로 돌아온 오비완은, 또 자기 미음대로 자신의 방에 무단침입한 옛 제자의 모습에 한숨을 지었다.

-아나킨. 누누히 말하지만, 프라이버시라는걸 지켜줬으면 좋겠구나.
-이게 뭔가요 오비완?
-...그러니까 프라이버시라는 것을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참이다만?

무단으로 주인이 부재중인 방에 들어와, 물건을 함부로 뒤지다 못해, 추궁까지 하는 아나킨에 오비완은 고개를 절래 지었다.
하지만 아나킨은 그의 옛마스터에 한없이 뻔뻔했으며, 한결같이 지나치게 얽혀왔다.
대체 이럴거면, 빨리 독립하고 싶다며 승급시켜달라고 귀딱지 앉도록 노래를 불러댄건지.

-제다이는 애착금지라면서요?
-네가 그 말을 하니, 참으로 와닿는구나. 내 옛 파다완아.
-연애해요?? 그것도 여러명이랑??!!

아나킨은 오비완 앞에 자신이 찾아낸 몇장의 명함을 내밀었다.
오비완은 자신의 코 앞에 내밀어진 명함에 희미하게 풍겨오는 화려한 향수 냄새들로, 지난 밤 내내 그 냄새들에 시달렸던 기억이 다시 떠올라 얼굴을 찌푸렸다.

-여러 명이랑 연애라니..듣기 거북하구나.
-그럼 이것들이 뭔대요??

사람 죽일 듯, 앙칼지게 캐물어오는 옛제자의 모습에 여기선 사실대로 말해야지 편하다는걸 그는 알고있었다. 
수년간 이어지는 관계는 정말 변하는게 없다고 오비완은 투덜댔다.


이어지는 오비완의 담담한 고백에 아나킨의 얼굴은 점차 더 흉하게 일그러지고, 이내 분노점을 아득히 초월하여 날뛰기 시작했다.
오비완의 단독임무가 호스트위장잠입이라니!!!!!!!!


-그딴 저질 임무 집어치워요!!!!
-무슨 말도 안되는 때를 쓰는 것이냐.
-아하~이제보니 마스터도 즐기는 거였구만!!!아주 물만났어!!!하!!!

그런 식으로 둘 사이에, 막말대잔치가 이어진채 대판 싸우게 되고, 어떠한 진전도 없은채 아나킨도 임무를 떠나고야 만 것이다.


-

캡틴 렉스와 그 휘하 부하들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 아나킨의 온도에, 제너럴 케노비..제발 화해 좀 해주세요. 라며 간절히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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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아직 둘이 사귀는 사이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