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충동
01162018
참을 수 없는 자살충동은, 언제 어떻게 덮쳐올지 몰랐지만 수 년간의 경험에서 ㅅㅅ를 할때와 그 후엔 100%였다.
첫 ㅅㅅ를 했을때, 행위 도중 저도 모르게 자신의 목을 졸랐었다.
처음에는 SM플레이의 일종이라 여겼던 파트너는 같이 즐기려 했었지만, 진심으로 자신의 목을 조르는 모습에 기겁하고 나가떨어졌었다.
그 이후로도, 행위 도중이나 그 후에는 여김없이 자해를 했고 끊임없는 자살충동을 느꼈다.
행위중에는 제한적이었기에 그나마 괜찮았지만, 행위후에 충동적으로 저지른 행동들에 911 응급요원들이 들이닥친 적도 꽤 많았다.
하지만 결코 진심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유안의 인생은 언제나 순탄했으며, 평화로웠다.
단지 발작적으로 자살을 해야해,라는 강박관념이 그의 몸을 지배했고 그 원초적 충동에 이기지 못하고 유안은 자해를 시도했다.
유안이 가장 선호하는 방법은, 손 목을 긋는 것이었다.
성공률이 가장 낮다는 자살 방법으로, 자살하고 싶다는 충동과 진짜 죽고싶진 않다는 모순에 대한 최대한의 타협책이었다.
덕분에 한여름에도 유안은 손목까지 덮는 옷들을 입고 다녔다.
ㅅㅅ는 최대한 피했다.
성욕은 있었지만, 행위중이나 행위후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는 것은 끔찍했다.
또한 자살충동을 느껴 자해를 하는 행위를 즐긴다거나 하는 변태는 아니었고, 아픈 것도 끔찍했다.
그래서 철저하게 금욕적인 삶을 고수했다.
친구는 많았지만, 애인은 없었다.
화술은 뛰어났고 유려했지만, 연애고자였다.
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성향의 자신이 평범하게 삶을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퍽이나 마음에 들었다.
-
오비완은 죽고싶어했다. 조금의 틈만 보이더라도, 그는 어김없이 자살을 시도했다.
하지만 베이더는 철저했고, 간격의 틈조차 보이지 않았다.
혹 실수로라도 틈이 생겨 오비완이 자살시도를 하더라도, 베이더는 그가 가진 모든 것을 걸어 오비완을 살려냈다.
언젠가는 그렇게 살기위해, 생존하기 위해 발버둥 치던 삶이었는데.
지금은 간절히 죽음을 원했다.
특히, 베이더에게 안겨 흔들릴때 그 감정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사랑스럽던 애니, 목숨만큼 사랑했던 자신의 옛 파다완 아나킨을 죽인 눈앞의 원수에게 몸이 꿰뚫릴때마다,
자신을 원망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정말 간절히 죽음을 원했다.
-
평온한 삶을 살던 유안의 인생이 크게 격동하기 시작한 것은, 아버지의 재혼이었다.
이미 취직과 함께 자립까지 순탄하게 이뤄낸 유안에게 아버지의 재혼은 정말 객관적으로 다가왔다.
혼자의 몸으로 자신을 키워준 아버지를 유안은 사랑했고 존경했다.
그래서 그의 재혼 소식을 순수하게 축하해줬지만, 솔직히 그 이상의 특별한 감정이 생기진 않았다.
그의 새 어머니될 사람을 소개받을 때도, 막연하게 가족이 느는 구나.라는 단편적인 감정만 들었다.
그러나, 그의 새 어머니와 함께 소개 받은 그녀의 아들, 미래의 동생을 소개 받을때 유안은 이제껏 유래없을 정도로 큰 충동에 휩쌓였다.
반갑다며 인사를 하기위에 유안 앞에 선 소년은, 정말로 깨끗하고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어왔다.
얼떨결에 반갑다며 그 손을 마주잡았을때, 왠지 모를 전율이 유안의 몸을 스쳐지나갔다.
위험했다.
유안은 처음으로, 정말 죽기 위한 자살이 하고 싶다고 느꼈다.
-
재혼은 모두의 축복속에서 이루어졌다.
유안과 달리 아직 고등학생이던 헤이든은 아버지와 새어머니의 신혼집에서 버티기 힘들다며,
주말이나 휴일만되면 유안의 집에 쳐들어 와 너스래를 떨었다.
주변에선 형을 잘 따르는 귀여운 동생으로만 보였고, 두 가정의 결합은 정말이지 행복해 보였다.
유안은 죽을 맛이었다.
은밀한 버릇을 가진 유안에게, 초대되지 못한 손님은 곤욕이었다.
특히 자신의 의붓동생은 유안에게 시한 폭탄과도 같은 존재였다.
헤이든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의 자살충동이 수직상승함을 느낄 수 있었다.
유안은 그가 가진 모든 인내를 가지고 충동을 억누르려 필사적이었지만,
그러든지 말던지 헤이든은 정말 세상 다 가진 듯한 얼굴로 유안에게 달라붙어 왔다.
-
아버지와 새어머니가 휴일이 낀 주말을 이용하여 단 둘이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했을때,
유안은 속으론 정말 내키진 않았지만 잘 다녀오시라고 배웅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아직 신혼인데, 즐겨야 하지 않겠나.
헤이든 역시 옆에서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부모를 배웅했다.
-2박 3일동안 잘 부탁해!!
-...그래.
2박 3일이나, 유안은 헤이든과 지내야했다.
신나 죽겠는 헤이든과 달리, 유안은 영 우울해졌다.
좀처럼 충동을 자제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밤, 헤이든이 잠든 것을 확인하고, 유안은 서랖 속 깊숙히 숨겨놓은 자신의 자살 도구를 꺼내들었다.
최대한 피가 주변에 뭍거나 옷에 스며들지 않게 수건을 펼치고, 붕대와 거즈를 준비해두었다.
자신이 애용하는 나이프를, 이미 지난 상처들로 흉터투성인 자신의 팔목에 대었을때-
-지금 뭐하는거죠? 오비완?
깜짝놀라, 고개를 들면 그 곳엔 불타는 듯한 노란색의 눈으로 유안을 노려보는 헤이든이 서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