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하키병

별전쟁 2018. 1. 17. 10:16

하나하키병 넘나 좋은거.




(오비완편, 01122018)



우주는 넓었고 존재하는 종족이며 생명또한 무한에 그지 없었으니, 하나하키병도 그렇게 그 드넓은 우주에 드문드문 존재했었다.

오비완은 입안에서 살살 씹힐때마다 퍼지는 아카시아 향에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도, 아카시아라 다행인가.적어도 식용이니까.

입안에서 잘게 다져진 아카시아 꽃을 삼키며 오비완은 꽤나 낙천적인 생각을 했다.

그렇게 오늘도 오비완이 피운 꽃은 아무에게도 보여지는 일 없이 피어난 곳에서 져버렸다.



오비완이 처음으로 꽃을 토해냈던 적은 언제였나.

숨길 수 없을 정도로 뜨거운 눈으로 나부의 여왕을 바라보던 자신의 파다완을 깨달았을때, 그 날 오비완은 멈추지 않는 헛기침에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었다. 그리고, 얼마 후 오비완은 꽃 한송이가 자신의 입에서 피어있는 것을 망연히 바라 볼 수 밖에 없었다.



아나킨과 파드메의 사랑이 깊어지는 것을 멀리서 바라볼때마다, 오비완의 우울은 아카시아 향과 함께 깊어져만 갔다.


-


우주는 넓었고 각종 질병과 희귀병이 도사리고 있었고, 진화한 과학과 주술등은 이 우주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질병등을 정복하고 있었다.

하나하키병은 일반적으로 자연치료를 적극 권장하고 있으나, 짝사랑을 해결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었기에 결국 문명은 하나하키병에 대한 치료법을 찾아내기에 이르렀다.


자연적인 치료법은, 짝사랑하는 상대에게 고백을 하여 그 사랑을 성취하게 되면 치료된다. 정식적인 질환이었기에, 짝사랑 대상자가 비록 환자를 사랑하지 않더라도, 환자의 짝사랑이 성취되었다고 느끼게 해주기만해도 치유되기에 많은 이들이 이 방법을 적극 권장하며 가장 보편화된 치료법이었다. 


그러나 자연적인 치료법을 사용할 수 없는 대상일 경우, 두가지의 치료법이 존재했다.

첫번째는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치료법으로, 시간이 오래 소요되는 방법으로 짝사랑 대상자와 거리를 둠으로서 자연스럽게 사랑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운이 나쁠경우 불치로 남는 경우도 있었다.

두전째의 경우는 최악의 치료법으로, 대부분의 메디칼센터에서는 치료를 거부할 정도로 리스크가 큰 방법으로, 기억을 소거하는 방법이었다.


-


오비완은 처음에는 거리를 두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나킨이 나이트로 승급함과 동시에 마스터와 파다완사이에 깊게 이어져있던 본딩을 끊고, 물리적인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우선 단독 미션을 늘렸고, 최대한 아나킨과 같이하는 시간을 줄여나갔다.


그러나, 아나킨은 자신으로부터 떨어지려는 오비완을 내버려 두지 않았다.

자신의 행동에 사사건건 잔소리만하는 오비완에게, 파다완 졸업만하면 절대 같이 공동미션을 하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하며 반항하던 소년은,

이제는 지 스승의 껌딱지마냥 오비완의 미션에 무리하게 편승하며 따라다녔다.

-이제는 당신을 포스로 예전만큼 느낄 수 없으니까요..

라는 의미없는 말을 하며 뒤에서 앵겨오는 아나킨에 오비완의 입안은 언제나 아카시아향이 났다.


-


숙련된 제다이 마스터로서도 더 이상 자신의 병을 숨기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헛기침은 누적되어 큰 기침이 되었고, 처음엔 능숙하게 숨길 수 있던 꽃도 이젠 그 정도가 늘어 혼자 처리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아나킨에게 모든 것을 고백 하고 싶은 충동도 일었으나, 

머릿속에 각인되었던 아나킨과 파드메의 아름답고 따스한 모습들에 기침은 터져나오기만 했고, 꽃 잎은 그렇게 발치에 쌓여만 갔다.


-


-기억을 소거..한다는 것은, 모든 것을 잊는다는 건가요?

-아닙니다. 자신이 원하는 시점부터, 지금까지의 기억이 소거가 됩니다. 그러니까, 환자분이 짝사랑 대상자를 만나기 전부터 지금까지의 기억을 소거하는게 최선인거죠.


조용히 설명하는 의사의 말에 오비완은 가벼운 절망을 느꼈다.

아나킨과 자신의 인연의 길이가, 지금만큼은 지독히도 무겁게 느껴졌던 때가 있었을까.


-혹시..짝사랑을 자각한 시점부터 기억을 소거하는 것도 가능 할까요?

-음. 그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일단 짝사랑을 자각하는 시점이 부정확할뿐더러, 다시 그 상대에 사랑을 하지 않게 된다고 확신하지 않기때문입니다.



-


상담을 마치고 귀가한 오비완은 혼란스러웠고 한없이 슬퍼졌다.

기억을 소거한다...아나킨과 함께했던 그 모든 삶을.

그렇게되면 자신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아나킨과 만나기 이전의 자신...

아직 제다이 나이트가 아니었던 미숙한 자신..

과연, 그렇게까지 해서 이곳에 남아있는 의미가 있을까?


오비완의 냉정한 이성이 그에게 선택을 강요했다.



기억을 소거한 오비완 케노비는 어느정도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걸까?

그렇게까지 자신은 이 빌어먹을 병을 치료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만큼 사랑한 제자를 잊고싶은 걸까?







(아나킨편 01132018)



그는 사막이 싫었다. 

지 어미에게 어울릴 것 같아, 어렵게 구했던 머리핀을 타투인의 척박한 그 사막 한복판에서 잃어버렸을때를 아직도 기억한다. 어린마음에 괜히 더 속상하고 억울해져, 그 장소를 떠나지 못하고 계속해 땅만 보며 찾아보았지만, 결국 그 아이는 그 핀을 끝끝내 찾을 수 없었다.


그는 우주가 싫었다.

이 우주에서 그의 존재를 모르는 이는 없었고, 그는 이 우주의 대부분의 생명체들을 지배하는 절대적 존재가 되었으며 모든 이들의 그의 발치에 있었다. 그러나, 이 넓은 우주에서 그는 아직도 찾아 헤메고 있었다. 그러나, 우주는 너무나도 넓었고, 그가 찾는 존재는 단서 조차 잡을 수 없었다.



다스 베이더, 아나킨은 오늘도 발치에 흩어진 아카시아 꽃들을 발로 짖이기며 눈 앞에 펼쳐진 우주를 노려보았다.


-


아나킨이 아카시아꽃을 처음 봤던 때는, 그가 오비완의 파다완이 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의 마스터와 처음으로 임무를 수행하러 방문했던 행성은, 자신의 고향인 타투인이나, 현재 자신이 생활하는 코러산트와는 전혀 다른 곳이었다.

마치 자연으로부터 모든 축복을 받은 듯한 그 행성에서 아나킨은 처음으로 꽃이라는 것을 보았고, 처음보는 아름다운 광경에 넋이 나간 아나킨에 드물게 소리내며 웃던 오비완이었다.


-알고있느냐 아나킨, 이 꽃은 아주 달고 맛있단다.

하며, 꽃이 만개한 가지를 한가치 꺽어 자신의 손에 쥐어주던 지 스승에 아나킨은 그런 농에 자신은 속지 않는다 했다.

그때까지 아나킨에게 꽃이란 것은 무가치한 장식물로, 가공된 모조 모양의 꽃들만이 전부였다.

그래서 실제 손에 쥐어진 달콤한 향기를 내뿜는 나뭇가지는 미지의 존재였고, 그런 아나킨을 지 스승이 놀린다 생각했다.

쉽사리 의심의 눈을 거두지 않는 파다완에, 곤란한 듯 미소지으며 가지에 피어있던 꽃 한송이를 뽑아 입에 가져다대는 오비완의 모습은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었다.



그래서일까, 아나킨은 오비완을 그릴때마다 아카시아꽃을 뱉어냈다.


-


오비완 케노비를 제다이로부터 제명한다는 소식을 그가 처음 접했을때, 아나킨은 코러산트로부터 꽤 먼 곳의 외진 행성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래서 갑작스런 소식에 급히 템플로 귀환했을때, 이미 오비완의 포스는 커녕 그 흔적조차 말끔히 사라진 후였다.


요다나 제다이 카운슬에 오비완의 제명이나 그 행방을 물었을때, 그들은 여느때와 같은 반응으로 아나킨에게 자중하라는 주의만 줬을 뿐이었다.

단지 마스터 요다만이 슬픈눈으로 아나킨에게 귀뜸을 해줬을 뿐이었다.

-모든 것은 그의 뜻이라네.


저에게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떠났다는 오비완에 아나킨은 분노와 배신감을 느꼈다. 

너무나도 부조리한 일방적인 처사에 아나킨은 예전 자신이 드디어 제다이 나이트가 되었을적을 떠올린다.

그 때도 일방적이었다.

아무런 상의도, 하물며 통보조차 없이 오비완은 아나킨과의 관계를 단절하려고 했었다.


처음에는, 까짓거 이쪽에서 먼저 사양해주마!!하며 그로부터 등을 돌렸다.

그러나 예전에는 아무리 다퉜어도, 멀리 떨어져 있었어도, 치밀하게 이어진 본딩으로 그를 느끼며 안심할 수 있었는데...

이젠 정말 등을 돌리니, 진짜 아무 것도 느낄 수 없다는 사실이 무겁게 가슴을 짓눌렀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멀어지려는 오비완을 붙잡았다.

어찌되었던 오비완은 아나킨에게 약했고, 결국엔 아나킨을 거절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있었고 그 사실이 아나킨은 퍽 마음에 들었다.


예전처럼 다시 이어지고 싶었고, 계속 함께 하고 싶었다.

그 것을 인지하고 나니, 파드메와 함께 하는 시간보다 오비완과 함께하는 시간에 더 가치를 두고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가 사라진 후, 어느사이 분노와 배신감은 그리움과 슬픔으로 변해있었고, 

피를 토해내듯 그의 이름을 불렀을때 입안에 퍼지는 아카시아 향기에 아나킨은 자신의 감정을 깨달았다.


-


제다이들은 아나킨이 오비완을 찾는 것을 엄격히 금했다.

그리고 아나킨은 우연찮게 자신의 스승이 어떠한 병을 가지고 있었고, 그 병으로 인해 제다이에서 떠났어야 함을 알게되었다.

아나킨은 제다이에 분노했다. 

한평생 제다이를 위해, 제다이로서 살아왔던 그의 스승을 그리 내친 제다이가 미워 어쩔수 없었다.


시스로드는 그런 아나킨에 자신은 기꺼이 도와주겠다 손을 내밀었고, 아나킨은 망설임없이 그 손을 잡았다.



-


우주는 넓었고, 그는 여전히 찾을 수 없었다.

이제 황제가 된 시스로드는 이제 아나킨에게 그를 포기하라고 말한다. 다 쓸모없는 감정이라며.

그리고 황제는 억지로 그의 병을 치료하겠다며, 기억을 소거하려 했었다.

-그 놈의 쓸모없는 병따위!!!


아나킨은 생각해본다. 

아마 자신이 그에게 연정을 품었던 때는 그때가 처음이었을거라고..오비완과 아카시아나무를 보았던 그 때.

자신에게서 오비완을 빼앗아 간다는 건, 아나킨의 인생 통째를 빼앗아간다는 의미였다.


그런건 절대로 싫었다.

아나킨은 황제를 제거했고, 자신이 그 자리에 올랐다.



아나킨은 또 생각해본다.

만약 자신이 찾을 수 없다면, 그가 날 찾아오게 만들면 되지 않을까.

고지식한 자신의 옛 스승은, 자신의 제자가 어긋난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을때 분명 자신을 바로 잡기 위해 나타나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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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훼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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